2026년에 나는 왜 세가 새턴 게임을 다시 하고 있을까
요즘 이상하게 최신 게임보다 옛날 게임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메가드라이브를 제일 많이 하고 있고, 요즘은 세가 새턴 게임까지 다시 뒤지고 있다.
랜드스토커 같은 메가드라이브 게임을 붙잡고 길을 못 찾아 헤매고 있기도 하고, 새턴판 악마성 드라큘라 X 월하의 야상곡을 돌려보겠다고 에뮬레이터를 이것저것 만져보고 있다.
프린세스 크라운 한글 패치도 해보고, 예전에 받아놓은 게임 이미지들도 다시 정리하고 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2026년에 30년 전 게임을 이러고 하고 있는 걸까?
옛날에는 그냥 게임이었는데
나는 게임 그래픽 일을 30년 넘게 했다.
그래서 그런지 옛날 게임을 지금 다시 보면 예전하고 보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당시에는 그냥 멋있다고 생각했던 화면인데 지금 보면,
"아, 이걸 이런 식으로 해결했구나."
하는 게 보인다.
지금처럼 PBR이 있는 것도 아니고, 셰이더 그래프를 열어서 노드를 연결할 수도 없고, 엔진에서 버튼 몇 개 눌러서 그림자나 포스트 프로세싱을 넣을 수도 없던 시절이다.
특히 새턴이나 플레이스테이션 시절은 3D 그래픽 자체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런데 그 제한된 환경 안에서 어떻게든 화면을 예쁘게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 다시 보면 그래픽이 낡았다는 생각보다 당시 개발자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만들었는지를 보는 재미가 더 크다.
그런데 게임보다 세팅을 더 오래 한다
문제는 게임을 하는 시간보다 게임을 돌리기 위해 삽질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거다.
새턴판 월하의 야상곡을 돌렸더니 특정 부분에서 계속 크래시가 난다.
에뮬레이터 문제인가 싶어서 이것저것 바꿔봤는데 일본판 오리지널 이미지도 똑같은 곳에서 죽는다.
프린세스 크라운은 한글 패치를 받아서 xdelta 패치를 했다.
이건 다행히 잘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BIN/CUE 파일들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게임 하나에 파일이 주렁주렁 붙어 있는 게 싫어서 CHD로 하나씩 변환하기 시작했다.
그란디아도 바꾸고, 악마성도 바꾸고, 메가CD 게임들도 바꾸고...
용량도 줄고 파일 하나로 정리되니까 좋다.
그래서 지금은 보이는 족족 CHD로 바꾸고 있다.
이쯤 되면 게임을 하는 건지 게임기를 정비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재미있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DOS 시절에는 게임 하나 돌리려고 CONFIG.SYS와 AUTOEXEC.BAT를 만지고, 기본 메모리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별짓을 다 했다.
사운드 블라스터 주소 맞추고 IRQ 잡고...
게임 실행에 성공하면 이미 게임 하나 클리어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지금은 그게 에뮬레이터 설정과 한글 패치, CHD 변환으로 바뀌었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30년이 지나도 하는 짓은 비슷하다.
그리고 막상 게임이 정상적으로 실행되면 또 좋다.
수십 년 전에 했던 게임 화면이 지금 모니터에 뜨고, 그때 들었던 음악이 다시 나오면 묘한 기분이 든다.
그래픽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다시 보는 재미도 있고, 그냥 그 시절 게임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의 재미도 있다.
그래서 당분간은 계속 이럴 것 같다.
메가드라이브 게임 하나 하다가 공략 찾고,
새턴 게임 하나 돌리다가 에뮬레이터 설정 만지고,
BIN/CUE가 보이면 CHD로 바꾸고...
그리고 정작 게임은 조금 한다.
역시 게임보다 세팅이 더 재미있는 건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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