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멀맵은 강할수록 좋은 게 아니다 — 디테일을 망치는 노멀의 함정

게임 그래픽 작업을 하다 보면 노멀맵을 적용하고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라? 노멀을 넣기 전보다 더 지저분해졌는데?"

분명 하이폴리에서 열심히 디테일을 만들었고 베이크도 제대로 된 것 같은데, 막상 엔진에서 보면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재질도 싸구려처럼 보인다.

이럴 때 우리는 흔히 베이크 오류부터 의심한다.

물론 베이크가 잘못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의외로 문제는 훨씬 단순할 수 있다.

노멀맵이 너무 강한 것이다.


노멀맵은 '입체감을 만드는 텍스처'가 아니다

처음 노멀맵을 배울 때는 흔히 이렇게 이해한다.

폴리곤을 늘리지 않고 표면의 요철을 표현하는 텍스처.

틀린 설명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작업에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편이 좋다.

노멀맵은 실제 형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빛이 표면에서 반응하는 방향을 속이는 데이터다.

즉 노멀맵의 디테일이 강해질수록 빛의 방향 변화도 커진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작은 흠집 하나에도 강한 노멀값이 들어가면 조명을 받을 때마다 그 부분이 과장된다.

특히 Roughness가 낮은 금속이나 플라스틱에서는 작은 노멀 변화도 스페큘러에 그대로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원했던 것은 '섬세한 표면'인데 실제 화면에서는 울퉁불퉁한 표면이 되어버린다.


Substance Painter에서는 멋있었는데 엔진에서는 왜 이상할까?

이것도 정말 자주 생긴다.

Substance Painter에서 작업할 때는 굉장히 멋있었다.

그런데 Unity나 Unreal에 넣는 순간 갑자기 과해 보인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먼저 생각해볼 것은 조명 환경의 차이다.

Painter의 HDRI 환경에서는 재질을 보기 좋게 만들어주는 조명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그렇지 않다.

강한 Directional Light가 들어올 수도 있고, 어두운 실내일 수도 있고, 캐릭터가 계속 회전하면서 여러 방향에서 빛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텍스처링 단계에서 적당해 보였던 노멀 디테일이 실제 플레이 화면에서는 지나치게 강조될 수 있다.

결국 최종 판단은 Painter가 아니라 게임 엔진에서 해야 한다.


작은 디테일일수록 노멀은 약하게

예를 들어 가죽 재질을 만든다고 해보자.

가죽 표면에는 작은 주름과 모공이 있다.

이것을 잘 보이게 만들겠다고 노멀을 강하게 넣으면 처음에는 디테일이 풍부해 보인다.

하지만 조금 떨어져서 캐릭터 전체를 보면?

가죽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돌처럼 보일 수도 있다.

특히 게임에서는 캐릭터를 텍스처 작업 화면처럼 확대해서 보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작은 표면 디테일일수록 오히려 "이게 보이나?" 싶을 정도로 약하게 넣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가까이에서는 느껴지고,

멀리서는 사라지는 정도.

그 정도가 오히려 좋다.


모든 디테일을 노멀맵에 넣을 필요도 없다

이 부분도 꽤 중요하다.

스크래치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노멀에 넣을 필요는 없다.

때로는 Base Color와 Roughness 변화만으로 충분하다.

특히 아주 얇은 긁힘이나 오래된 표면의 흔적은 Roughness만 조금 바꿔줘도 훨씬 자연스럽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모든 스크래치를 노멀까지 넣으면 조명을 받을 때마다 표면이 지나치게 반응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디테일을 만들 때 이런 식으로 나눠서 생각하는 편이다.

형태가 실제로 파였는가? → Normal

표면의 광택이 달라졌는가? → Roughness

색이 변했는가? → Base Color

물론 실제 작업에서는 이 세 가지가 같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모든 정보를 모든 채널에 똑같이 넣지 않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넣느냐'보다 '얼마나 빼느냐'

게임 그래픽 작업을 오래 하다 보면 재미있는 변화가 생긴다.

처음에는 자꾸 뭔가를 추가한다.

스크래치를 추가하고,

노멀을 강하게 하고,

엣지웨어를 넣고,

먼지를 넣고,

색 변화도 넣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반대로 생각하게 된다.

"여기서 뭘 빼야 하지?"

재질도 마찬가지다.

디테일이 많다고 좋은 재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노멀맵 역시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형태와 재질을 자연스럽게 보조하는 것이 목적이다.

노멀맵을 켰을 때

"오! 노멀 들어갔다!"

라는 느낌보다,

껐을 때

"어? 뭔가 밋밋한데?"

라는 느낌이 드는 정도.

개인적으로는 그 정도가 꽤 좋은 노멀맵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그래픽에서는 결국 디테일을 만드는 능력만큼이나 디테일을 절제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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